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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에세이

나를, 의심한다 - 강세형 / 김영사

by actor_zoo 2015. 12. 5.



 

이 책 『나를, 의심한다』를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읽어 완독을 하였다. 책을 펼칠 때마다 시끄럽고 부쩍대는 지하철이 완행열차가 되고, 마을버스가 하루 두 번만 운행하는 외딴 시골의 조그마한 버스가 되어 비포장 위를 달린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나만의, 나에게로 초점을 맞추는 여행이 된다. 

짧은 얘깃거리들로 엮어진 책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 삶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직업과 동료, 과거의 인연들 그리고 상상의 나래들. 작가의 고민과 삶의 태도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래서 오롯이 독자의 그것으로 환치되어 다가온다. 일기와도 같지만 허구임이 의심되는 독특한 얘기에서는 더 깊은 내막을 듣고 싶은 아쉬움이 책을 덮고 나름의 소설을 머리 속에 써보게 한다. 동료나 타인들을 바라보고 써내려간 글에서는 되려 작가의 마음이 비춰져 작가를 그리다 이내 자기 일인양 동화가 되어버리기가 일쑤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 『나를, 의심한다』를 대중교통수단에서만 보기로 나도 모르는 새 정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만의 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책장 사이사이 김동률 앨범 '동행'에서 내래이션된 작가의 시가 삽입되어 있다.




“나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인가 봐요. 어쩌면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자꾸만 다른 꿈을 꾸는 걸까요?”

한 선배에게 물었다.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선배였다. 나름 진지하게 물어본 거고, 뭔가 어른스러운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선배의 답은,

“나도 그런 걸, 뭐.”


대부분의 인간들이 가지는 불안은 덜 성숙한 자아가 아니라 안주하여 편협해지지 않는 자기변화의 순간순간이라는 걸, 그래서 우린, 아니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일지라도 꼰대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느날 독자로부터 날아온 메일에서, 목소리는 기억하지만 얼굴을 기억치 못하는 남자의 얘기는 한 편의 영상으로 다가왔으며, 우연히 발견한 알 수 없는 기호에서 은행나무 침대에서처럼 한 쌍의 연인을 창조해내는 작가의 기지, 작가이기에 새로움이라는 창조 강박에서 시작되었을 법한 저절로 그려지는 그림 꿈 얘기, 그리고 홀로 남겨져 책 속에 파묻힌 여자의 얘기는 지독한 사랑과 그로인한 이별과 고독을 축약한 소설과도 같았다. 




책의 맨 뒤에는 에세이 각각의 내용에 작가의 영감이나 소재가 되었던 것들을 친절히 알리고 있다.




한 권의 책 안에 시간의 흐름이 있는 소설과는 달리 언제든지 펼쳐보아도 앞뒤 흐름에 큰 간섭을 받지 않는 에세이는 가방 안에 넣어두고 무심이 들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부담없이 펼쳐졌고 이내 쉽게 책 속으로 빠져 한바탕 여행을 마치고 고개를 들면 어느새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방송을 듣곤 했던 것일까? 승강장을 내리는 것을 십여번.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책. 그리고는 아쉽게 내 가방을 떠나 방 안 책꽂이에 자리를 차지한 책, 『나를, 의심한다』. 파란 책등이 눈에 띄면 방 안이 기차가 되고 책장은 차창이 된다. 그리고 난 다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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