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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영미소설9

눈가리고 책읽는당 1기 - 단서: 진흙, 13살 그리고 실종 / 창비 창비에서 출판 전 가제본의 책이 왔다. '눈가리고 책읽는당'. 제목도 저자의 이름도 없다. 그냥 몇가지의 단서만으로 선입견 없이 오직 내용에 집중하는 독서. 좋은 기회를 누렸다. 소설의 배경과 문체, 그리고 인물과 소재로 미뤄보건데 영미권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배경은 유서깊은 공간에 지어진 사립학교, 중심 등장인물은 우리식으로 초등학교 6년에서 중학교 1년생, 세상에 온갖 갈등의 요소들이 조금씩 베일을 벗으며 자기 일인양 다가오는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다. 글의 무게는 가벼우며, 과거 사건의 기록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써가고 있다. 인물의 심리와 시각적인 묘사가 쉽게 독자를 사건의 현장으로 이끈다. 중간중간 시간을 뛰어넘어 삽입되는 사건 이후의 청문회는 소설의 결과에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마치 .. 2015. 11. 12.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신선해) / 놀 소설은 허름한 차에서 집 없이 생활하는 가정의 한 아이(소녀, 나는 사실 이 책의 중간쯤에서 이 아이가 소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에게 '조지나'라는 이름은 성별을 구별하기 힘들었고, 소설의 글귀에서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음을 고백한다.)의 기록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가출해버렸고 집세를 낼 수 없어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한 가정이 있다. 어떻게하든 어린 아이들(조지나에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어린 남동생 '토비'가 있다.)을 이끌고 매번 주차공간을 이동하면서 그날의 안식을 취하고, 변변치 못한 일을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할려는 광야의 내몰린 엄마는 정신없이 분주하다. 아이들은 당연히 세상을 모르니 엄마를 이해할리 없고, 엄마는 아이들이 무엇때문에 힘들어하는지 학교에선 어떤지 알고 싶다손.. 2014. 12. 30.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 - 팀 보울러 / 놀 나는 다시 머릿속으로 시골의 들판을 그려 본다. 종종 그런다. 이 도시가 못 견디게 싫어질 때면 내가 손에 넣은 그 책에 실린 풍경 사진들을 떠올린다. 아이는 그냥 성장하지 않는다. 부모를 먹고, 부모가 사는 세상을 먹고, 친구를 먹고, 진짜로 성장이 필요하지만 멈추어버린 어른들을 먹고 자란다. 성장소설은 말 그대로 성장의 여지가 있는 아이(여기선 고등학생)가 등장한다. 그 아이는 그냥 성장하지 않는다. 부모를 먹고 부모가 사는 세상을 먹고 친구를 먹고 진짜로 성장이 필요하지만 멈추어버린 어른들을 먹고 자란다. 여느 성장소설이 어느 시대를 다루던간에 우린 소설을 뛰어넘는 시대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래서 성장소설은 내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아이가 주연이 되는 무대이지만 그 배경을 이루는 환경(.. 2014. 8. 2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이 책은 한 권의 시간이다.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오랜 시간 노출된 노인을 만난다. 선입견을 던져라. 그 노인을 여타 소설의 주인공으로 보고 조우하지마라.노인은 세월에 의해 인생을 관조할 정도의 처지는 분명 아니다. 아직도 인생이 축적의 원리인지, 수리적 함수인지, 그리고 인성이란.. 2014.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