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남쪽으로 80km 떨어진 알프스 산자락에 ‘오베라메르가우’라는 인구 5200명의
마을이 있다. ‘
꽃동네’ ‘목각마을’로 불리는 이곳에서 5월15일부터 376년을 이어온 ‘예수 수난극’이 막을 올렸다. 첫날 공연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이 4700개 객석을 메웠다.
오베라메르가우 예수 수난극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10년 간격으로 공연되는 종교극이자 1634년부터 시작된 이색 ‘마을 연극’으로 어린이 450명을 포함해 주민 2500여 명이 등장하는 장대한 종교극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해 식사시간을 빼고 총 5시간30분 동안 2부로 나눠 진행되는 이 연극은 밤 10시50분에 막을 내린다. 올해로 41회를 맞은 수난극은 오는 10월3일까지 5개월 동안 총 121회 공연되는데, 약 50만명이 예약을 해놓았다.
예수 수난극 태동은 16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년 전쟁’으로
국토는 폐허가 됐고 가난과 흑사병이 창궐해 민심이 흉흉했다. 풍광이 아름다운
마을인 오베라메르가우도 마을 출입을 봉쇄했지만 흑사병 환자 한 명이 들어와 마을 주민 여럿이 감염되어 죽자 마을은
공포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모임을 갖고 “
만약 이 역병을 마을에서 퇴치만 해주신다면 예수 수난에 관한 마을 연극을 10년마다 공연하겠다”라고 하느님에게 맹세했다. 그 후 기적적으로 더 이상 흑사병 피해가 없자 이듬해부터 약속한
대로 주민들이 대거 참여해 수난극을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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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오베라메르가우의 ‘예수 수난극’은 독일 바이에른 주의 대표적 행사다. 위는 예수 수난극 리허설 장면. |
이렇게 시작된 수난극은 그 뒤 1770년과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을 제외하고 계속되었다. 이 연극은 1934년에 300주년, 1984년에 3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공연을 빼고는 마지막 해가 0으로 끝나는 연도에 실시돼왔다. 1790년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수난극은 오베라메르가우 마을의 재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에는 세계적
경제위기로 사전 예매됐던 입장권이
대량 반송되었지만 입장권 수입이 2000만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시 당국은 전망한다.
입장권 수입만 2000만 유로 넘어
오베라메르가우에서 태어났거나 20년 넘게 마을에
거주해야 공연에 출연할 자격이 있는데, 94세 된 미슬 돌 할아버지는 1920년 대신 열린 1922년 공연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수난극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고 아르노 눈 오베라메르가우 시장은 자랑한다.
그동안 수난극은 곡절도 많았다. 1934년의 300주년 특별 공연에는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가 참석해 연극을 선전장으로 삼았고,
대본 내용이 반유대인적이라며 미국 유대인들이 관람을 보이콧하는 바람에 대본을 수정하기도 했다. 수난극 출연 자격을 놓고 결혼한 여자와 35세 이상 여성의 출연
기회를 박탈해 여성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인 끝에 1990년 금지 조처가 해제되었다. 올해는 현재 뮌헨시민극장의 극장장인 크리스티안 스튜클이 공연 감독을 맡아 전통적 연극 무대를 현대화해서 반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베라메르가우 예수 수난극은 더욱 현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