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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희곡

유령 - 헨릭 입센 / 범우사

by actor_zoo 2013. 6. 27.


헨릭 입센 <유령>
우린 보통 입센의 작품으로 <인형의 집>을 꼽는다.
그러다 <유령(gengangere)>을 보면 <인형의 집>은 표면적인 가부장제의 도전이지만(물론, 인형의 집을 대표로 뽑는 이유는 이외에 많지만, 내용에 입각하여), 이는 내부적인 가부장제의 도전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적 욕구, 즉 색(色)과 계(戒)의 경계에서 왜곡된 자기 기만을 보인다. 즉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지위 이면을 작가는 적날하게 종교를 대변하는 목사의 입을 통해 도발한다.

오스왈드 :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데르스 : 응, 그거야 내가 말하는 것은.
오스왈드 : 하지만 집은 가질 수 있어요, 가지려고만 하며 말예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깔끔하고 기분 좋은 집이에요.
만데르스 : 아니, 내가 말하는 것은 독신자 세대(世帯) 이야기가 아냐. 내가 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가정이며, 남편이 그의 아내나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소야.
오스왈드 : 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들이나 아이들의 어머니와 함께 말예요.
만데르스 : (깜짝 놀라 두 손을 맞부딪친다) 아니!
오스왈드 : 안 됩니까?
만데르스 : 아이들의 어머니와 함께 살다니!
오스왈드 : 그럼 어린애의 어머니는 내팽개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만데르스 : 그건 불의의 관계야. 자네가 말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야합이야!
오스왈드 : 그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저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만데르스 : 하지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나....다소나마 체면이라는 것을 아는 젊은 남자나 젊은 여자가 그런 식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다니... 공공연히 세상 사람들의 이목도 꺼리지 않고!
오스왈드 : 그럼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가난한 젊은 화가와... 가난한 처녀가... 결혼하려면 돈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끼?
만데르스 : 어떻게 하면 좋냐고? 좋아, 알빙 군, 어떻게 하면 좋은지 말해주지. 그런 사람들은 서로 접근해서는 안 돼, 처음부터... 그러면 되는 거야!
......(중략).....
오스왈드 : 네, 일요일은 모두 즐겨야 할 날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역겨운 말을 한 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고, 부도덕하다고 할 만한 것을 본 적도 없습니다. 아니.... 제가 화가들 사이에 지내면서 언제, 어디서 부도덕한 것과 마주쳤는지 아십니까?
만데르스 : 아니, 다행히도 모르겠는데.
오릇왈드 : 그럼 말씀드리죠. 이러한 때에요.... 세상에서는 모범적인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통하고 있는 인물이 속박에서 벗어나 날개를 펴며 구경을 하기 위해 잠시 파리에 나온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었어요.

<유령>은 도덕적 불문율 뒤에 숨겨진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들추어 낸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모습임을 고발한다.

딸자식이 자신의 소생이 아닌데도 (비록 그녀를 사랑했었더래도)아내를 돈으로 받아들이고, 여자도 자기가 싫어하는 불구(비록 자신 때문에)의 남자를 선택하는 이유가 기혼의 남성에게 불법적으로 받은 씨 때문이다.

목사는 알빙 부인에게 아내로서의 의무를 강조하지만,
이내 알빙의 숨겨진 추악 앞에 그녀를 이해하지만, 그 와중에도 당시 자신에게 피신한 처사를 문제삼는 자기 이기를 보인다.

그리고 알빙부인은 남편 알빙의 재산으로 사회환원의 자선 단체를 그의 이름으로 세상에 토악질 하지만 그 속내는 알빙으로의 도피다.

이렇듯, 작품 속에는 인간 사회의 위계와 도덕의 이면을 보이며, 남성(종교도 남성적이다)의 폭력을 꼬집는다.

그리고 알빙부인은 아들 오스왈드에게서 아버지의 난봉의 기질이 유전되지나 않았을까 노사초심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질을 넘어 물리적 병으로 드러나 아들을 죽음으로 몬다.

유령의 실체는 바로 알빙부인의 대사 안에 들어난다.

알빙 부인 : 네, 의무니 책임이니 하시면서 그런 것에 따르도록 저에게 강요하셨죠. 제가 메슥거리는 듯한 역겨운 느낌으로 마음으로부터 반항하고 있던 것을 그것이 진리이다, 정당하다고 선생님이 찬미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의 그러한 가르침의 얼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진 겁니다. 한 군데만 실오라기를 풀어보려 했죠... 그런데 그것을 풀어보니 이내 전체가 흐트러져 버리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알아챘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모두 재봉틀로 바느질 해놓은 것이었다는 것을 말예요.

이 작품은 무대에 엄청난 무게로 드러나야 한다.
그리고 어두워야하며, 힘겨워야 한다.
이것을 쉽고 흥미롭게 풀려고 한다면 그것은 인간을 쉽게 판단하여 무대화하는 것이 되는 일종의 유령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품을 꼭 연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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