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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기타외국소설

아Q정전 - 루 쉰 / 창비

by actor_zoo 2013. 2. 7.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건널목에서 육교를 찾아 헤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민 손에
내 쓰레기통 한 줌 쓰레기를 쥐어주고
그 답으로 그의 심장을 쓰레기통에 담는척하며
돌아서 빨간불로 쓸모없는 건널목에 던져버린다
건널목 건너 行人은 
길 건너가 어딘지를 분노의 혀로 내 귓속에 집어 넣어 묻고는
입맛을 다시더니 잠시후 내 쓰레기통을 탐하는 눈으로 내 뒤에 줄을 대고
내가 우하면 좌하고 내가 좌하면 좌한다
파란불의 신호등은 길건너 돌뿌리에 잠을 청하고픈 토끼들의 경주가 되고 
나는 쓰레기통에 손을 대고 발은 지면에 붙힌채 흔들어 댄다
그리고 외친다
나는 육교에서 비겁하게 홀로 마라토너처럼 뛰겠노라고
쓰레기통 밖으로 삐져나온 내 변발을 잽싸게 숨기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