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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역사

스페인은 가우디다 - 김희곤 / 오브제

by actor_zoo 2014. 10. 3.




성가족 대성당을 처음 본 것이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92년으로 기억된다. 습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텔레비젼을 통에서 그 기괴한(그땐 분명 그렇게 느꼈다) 건물을 보았을 때 사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미니어쳐로 오해했었다. 

"어떻게 저렿게 디자인 할 생각을 했을까! 사람의 상상은 참으로 무한하군!"

근데 조금 후에 그 건물이 현존하는 것이며 나아가 아직도 건설 중에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도 가우디의 작품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바로 가우디에 시선을 집중할 것이다.

"누구의 작품일까? 저런 건물을 디자인 한 건축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김희곤의 『스페인은 가우디다』는 그 질문에 아주 쉬운 답을 제시한다. 

'자기만의 디자인 원칙을 가진 고집스러운 건축가', '대자연에서 발견된 것을 조합하는,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지독한 관찰자', '도면위에서만 아니라 건물을 손과 발과 몸으로 직접 뛰어다니며 근육으로 다져진 체험으로 만드는 사람', '건물을 단지 의식주의 해결 공간이 아니라 시공간의 역사와 신화 그리고 건물주의 습관까지도 녹아있어야 하는 한 편의 서사로 창조하는 사람' 등등.

작가는 가우디의 생애를 그의 모든 건축물을 통해 소개한다. 건물 하나하나에 깃든 가우디의 역사와 피땀을 건축가의 시각으로 기행하듯 써내려간다. 

비록 가우디의 건축미학이나 그의 건축에 대한 깊이있는 전문적 내용은 아니지만 양질의 칼라 사진들과 작가의 건물을 통한 은유적인 글귀들은 마치 독자를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 지역으로 인도한다.


누구나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면 그의 독창성에 감탄한다. 묘한 색채와 정형화 되어있지 않는 곡선들, 모자이크로 흩뿌려진 트랜카디스의 타일...

이러한 것들은 과연 어디서 가우디에게 다가왔을까?

책은 이 궁금점을 풀어준다. 가우디의 건축은 카탈루냐의 문화에 그 뿌리가 있다. 로마네스크와 중세의 고딕 그리고 이슬람의 문화가 스페인에서 변화발전한 무데하르 양식에 대한 체화와 응용 그리고 나아가 미래를 향한 자기만의 전축공법의 탐구가 가우디의 타협하지 않는 고집과 버무려져 탄생한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가우디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는 가우디의 건축은 자연과의 단절이 아닌 화합이라는 것에 있다.

건물은 자연으로부터 단절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물은 자연의 힘에 대항하는 격자이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과 거리를 두어 자기의 공간을 만들고 자기의 사유를 키우고 자기의 나라를 일으키는 곳이다. 바벨의 탑이 신에 대항하였듯이 건축은 자연을 거슬러 올라 인간의 우위를 맹열이 떨치는 것이다. 그런데 가우디의 건축은 전혀 반대임을 책은 말한다. 가우디는 언제나 건축의 재료를 자연에서 가져온다. 자연의 토양과 색채, 빛의 흐름을 좇아 선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위에 신의 얘기나 인간의 서사라는 인위를 집어 넣는다. 그는 인간의 의식주의 한 부분에 머무는 건물을 짓지 않았다.


책은 더불어 가우디를 통하여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독촉하는 여행지침서이다.

바르셀로나를 떠날 계획이면 게다가 가우디의 건축을 기행할 생각이면 이책 『스페인은 가우디다』를 꼭 지참하길 권한다.

작가의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과 독자의 시각을 서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에 대한 문외함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작가가 빠뜨리지 않게 일러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건축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을 잘 보전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줄곧 따라 다녔다. 우리가 가우디를 말하고 가우디를 읽는 것은 가우디의 건축에 있으니 말이다. 중세의 고딕건물과 로마네스크 양식 그리고 건물로 구획이 나누어진 넓은 스퀘어. 이것은 아직도 유럽의 일부이다. 우린 어떤가. 한옥은 개발과 부동산의 이기에 밀린지 오래고 오랜 고궁은 높은 빌딩에 그 위풍을 잃어가고 있다. 우린 가우디를 보며 우리의 건축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