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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역사

강자의 조건 - 이주희 / MiD

by actor_zoo 2014. 11. 24.



1.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한 권의 다큐멘터리


실제 교육방송 EBS의 다큐를 책으로 엮은 『강자의 조건』은 방송의 쉬운 일방적 풀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다큐 그 자체이다.

역사적인 이야기 전개에 독자가 흠뻑 빠지게 길을 인도하다가 순간 현시대의 석학과 사건의 관련자(미국 편의 경우)에게 바통을 넘기는 전개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시공간을 신나게 유영하다 끝내 책속의 다큐에 옮마매이게 한다. 아니, 어찌보면 일방적인 텔레비젼의 소통보다 책을 덮고 새로운 사실에 감탄하거나, 의심가는 사실을 다른 자료로 찾아보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다큐에 더 적합한 것 같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영상, 음성으로 기록되는 한 장르이지만 이책 『강자의 조건』도 그에 못지 않는 구성과 역사적 사건의 얘깃거리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책임에 틀림없다.



『강자의 조건』은 다큐책이다. 책의 내용은 과거에 있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현재의 시간 안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2. 시대별로 전개되는 강대국의 다른 배경과 같은 이유, 관용.


책의 목차를 먼저 보면 시대순으로 존재했던 강대국이 나열되어있다. 작은 부족에서 시작된 로마를 시작으로 서유럽을 공포에 떨게한 몽골, 스페인을 해적으로 물리친 영국과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찾아 결집된 저지대 나라, 네덜란드 그리고 현재의 극초강대국 미국까지. 흥미롭게도 이 모든 나라들이 다들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국가들은 이웃의 강대국에 영향을 받거나 그들에게 항거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책 『강자의 조건』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 한 나라의 강대국의 이유를 밝히려면 해당 나라의 배경을 설명하기에도 몇권의 분량이 필요한데 무려 다섯 개의 나라를 다루는데도 지루하지 않다. 이유는 강대국으로 가는 원인을 상정하고 그 중 가장 뚜렷하고 흥미로운 사건을 독자에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 중에는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이들도 몰랐던 깨알 같은 사건도 있다.


로마의 관용을 설명하는데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제물로 다룬다. 위대한 한니발은 결국 로마의 동맹적 구조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관용을 몰라서 끝내 패배하고만다. 이 대목에서 알프스산맥을 넘는 코끼리를 만날 수도 있다.

징키스칸 사후의 서유럽 친공의 드라마와 유민족이 정민족을 포섭하여 유럽에서는 익히 경험해본적 없는 공성전을 펼치는 몽골의 이야기는 과히 한편의 소설 같다. 몽골에 기독교도가 이미 정착을 했다는 것과 이슬람교도와 인척에 있었다는 사실은 몽골의 포섭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빈민했던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를 무찌르는 과정과 그 와중에 발전되는 배와 대포에 관한 대목은 참으로 흥미롭다. 

스페인의 순종교정책이 불러온 네덜란드의 독립과 신교와 유대인들의 이주로 인한 무역과 제조업 그리고 금융의 국가로의 도약은 종교와 사상의 자유가 낳은 강대국을 보게 된다.  

그리고 미국, 자유와 평등으로 대표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도 인종 차별이 횡행했으며 그 과정을 고통으로 뚫고 나오면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다. 민권운동의 사건들의 나열과 에피소드는 눈물겹게 독자를 동화시킨다.



3. 강대국의 박물관 그리고 조국


책은 쉴틈없이 국가와 국가를 항해한다. 지중해에서 대륙을 말 달리고, 발트해에서 북해로 돛대를 올리고, 종교재판의 끔찍한 화형대를 피해 수만의 인구가 이주를 하고,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미지의 땅에 정착하는 일련의 항해는 마치 박물관의 층계참이 각각의 대양이며 각층이 나라인 듯 독자들을 강대국의 박물관으로 안내할 것이다.


책은 하나를 강조하는 민족과 한 신을 외치는 종교와 사상이 가져다준 역사를 독자에게 보인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많은 독자들이 이책을 보면 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양극화의 심화와 차이의 불인정, 집회와 언론, 개인의 표현이 침해받는 나라는 결코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유구한 역사와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결속이 있다하더라도 관용이 없이 국수화 되면 강대국은 묘연해질 것이다. 책은 독자에게 5개의 강대국과 1개의 조국을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