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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2

한 여인의 초상 - 헨리 제임스 / 창비 "관찰, 사람을 관찰하는 것, 이것이 탁월하다는 것은 사람을 자기입장에서 십수차례 곱씹었다는 것을 뜻한다. 관찰은 모두 자기입장에서 시작되고, 보다 면밀한 관찰은 오히려 객관성을 떠나 자기정서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 인상 깊은 서문 우선, 헨리 제임스의 작품을 첫 대면함을 고백한다.여느 20세기초반의 사실주의 작가처럼 사람의 군상을 원고에 늘어뜨려 놓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첫장을 열었다.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우선 특히하게 독자를 맞는 것은 바로 여느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다소 긴 서문이다. 이 서문에서 받은 인상은 비단 그 길이에 있지 않다. 작가가 소설을 바라보는 문학의 가치, 곧 그의 철학이 작은 논문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소설은 작가가 소중히 그 소재를 선별하여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 2014. 5. 10.
아Q정전 - 루 쉰 / 창비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건널목에서 육교를 찾아 헤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민 손에 내 쓰레기통 한 줌 쓰레기를 쥐어주고 그 답으로 그의 심장을 쓰레기통에 담는척하며 돌아서 빨간불로 쓸모없는 건널목에 던져버린다 건널목 건너 行人은 길 건너가 어딘지를 분노의 혀로 내 귓속에 집어 넣어 묻고는 입맛을 다시더니 잠시후 내 쓰레기통을 탐하는 눈으로 내 뒤에 줄을 대고 내가 우하면 좌하고 내가 좌하면 좌한다 파란불의 신호등은 길건너 돌뿌리에 잠을 청하고픈 토끼들의 경주가 되고 나는 쓰레기통에 손을 대고 발은 지면에 붙힌채 흔들어 댄다 그리고 외친다 나는 육교에서 비겁하게 홀로 마라토너처럼 뛰겠노라고 쓰레기통 밖으로 삐져나온 내 변발을 잽싸게 숨기며 말이지. 2013.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