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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과학건강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 윤신영 / MID

by actor_zoo 2014. 10. 28.



1. invisible network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여느 책들의 모조지와 달리 매끄럽고 반질한 종이와 선명한 컬러로 인쇄된 그림이 독자를 맞이한다.  

그 안에 친절한 과학 선생님이 있다. 그는 박쥐에게 편지를 쓰고 박쥐는 꿀벌에게, 꿀벌은 호랑이에게, 호랑이가 답이 없자 다시금 까치가 쪽지를 보내고 이어 돼지가 고래에게, 고래가 비둘기에게, 비둘기가 십자매에게 편지를 쓰고, 십자매는 이미 멸종한 공룡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버펄로가 초식사자에게 쓰더니 이제는 그 초식사자가 2만 년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끝으로 네안데르탈인이 현인류인 우리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편지 릴레이가 마무리된다.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가 황당스럽고 재미있는 공상과 상상의 관계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한 통의 편지만 읽어도 독자가 몰랐던 확실한 그들의 관계가 드러난다. 이 책은 그 보이지 않는 관계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2. 생태계=인간계+인간외계, 생태계를 바라보는 일방적 시선


편지를 쓰는 모든 동물들은 모두 한결 같이 인간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그들의 안부는 인간에 의해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들이 생태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종은 인간, 곧 호모사피엔스이다. 그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으로 생태계를 바라본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태계의 조밀한 그물에 작거나 큰 구멍이 난다. 

책은 사람과 다르게 폭넓은 이해로 인간의 모습을 얘기하는 동물들(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먹이사슬과 관계 없이 서로를 대한다. 박쥐가 꿀벌에게 존대를 하고 꿀벌이 호랑이에게 하대를 한다)을 보여준다. 그렇게하여 인간이 바라보는 일방적인 생태계의 해석과 독선적인 모습들을 독자로 하여금 생각케 한다. 인간이 인간을 대할 때 기준 삼는 잣대로 동물들의 생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유연하게 고발한다. 먹이사슬의 동물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자기 아래 동물들을 먹이 이상으로 이용하거나 교란하지 않는다. 유해동물로 지정된 비둘기나 까치 그리고 예전의 호랑이를 유해한 조수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인간이며 그 유해의 기준도 인간의 전적인 이익 안에 있다. 그리고 그 피해를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고스라니 받는다. 여기는 인간 자신도 예외가 없다.



3. 확장되는 호기심, 더 읽을거리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의 다수는 모두 관련 분야의 논문이나 매거진, 저널, 단행본 그리고 저자 본인의 경험을 토대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친절하게 미주 형식으로 독자에게 안내한다. 그 내용들의 다수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편견이나 잘못을 고쳐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가지게 인도할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책으로의 수평 이동의 교보가 되는 데 큰 유익이 될 것이다. 




4. 현인류와 친적 인류의 부탁 


책은 각자 위기에 처한 발신자와 수신자의 입장으로 서신왕래의 내용을 담아내다 급기야 2만 4000년 전 친척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을 통해 인간에게 직접 메세지를 던진다. 박쥐에서 사자까지의 모든 메시지의 고갱이를 담아.


"인간이여, 당신께 부탁합니다. 부디 다른 동물을 밀어내고 홀로 이 행성을 차지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과 동물들이 서로 전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저에게 무관심했듯이 다른 동물에게 무관심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무관심을 넘어 절멸을 가속화하지 말아 주세요. 동물의 서식지를 없애고 사냥하고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아무리 개체수가 많고 거대 기계를 움직일 만큼 영리하다고 해도, 지구는 당신이 다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합니다. 게다가 이 지구를 혼자 독차지해서 무얼 하겠어요. 자신을 비출 다른 대상 없이, 홀로 지상에 우뚝 서면 무엇이 좋겠어요. 다른 존재와 교류하고 나눈것이 오히려 삶을 훨씬 더 풍부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책은 적어도 존재의 가치와 상생을 애기한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인간이 가진 상생의 본능에 있다. 곧, 동물을 과학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바라보니 그 안에 인류의 모습이 있다라는 것이다. 

힘에의 의지를 지나친 자기중심의 이익과 사고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강한 자가 살기 위해 약한 자가 있어야 하고 약한 자는 강한 자의 생존의 대상만이 아니라 강한 자가 있기에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서로가 서로의 생존의 원동임을 생각케하는 이 책,  윤신영의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부드러운 필체지만 힘이 있으며 작지만 큰 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