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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과학건강

독한 것들 - 박성웅, 정준호 / MiD

by actor_zoo 2015. 5. 24.




1. 가장 독한 것들.


새벽 같이 일어나 지옥 같은 지하철을 타고, 이성이 아닌 타성으로 짜여진 아침 시간을 보내고,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라며 사명 혹은 자기위한으로 밥을 먹고, 무한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존재를 위한 성과에 메달렸다가 다 죽어가는 파처럼 다시 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소위 소시민이라는 인간들이 사는 생태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하루이틀 세월을 먹어가면 사람들은 마치 독을 가진 동물들 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 몸속 곳곳에 독을 만들어 쌓아둔다.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독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 허기야, 때론 인간 세상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우리네 소시민도 밟으면 뭐한다는 지렁이 마냥 폭발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저 아래 어디선가 누적된 독들이 올라와 대상(?)에게 맹렬히 공격을 한다. 그 기세로 뱀을 물면 아마도 뱀이 죽을지 모른다. 아니 그자리에서 꼬챙이처럼 말라버릴 것이다. 그런데 여느 독을 가진 동물들 처럼 인간에게 누적된 독은 써도 써도 좀처럼 소진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대상(?)이 독을 품은 인간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대상에게 독을 드러내는 인간은 약간의 독이라도 없애지만, 그것도 못하고 속으로 싹히는 인간은 마치 그 독을 한(恨)으로 승화시키겠다는냥 산다. 그러다 그것도 못 참겠으면 가게에서 술이라는 독을 사서 독으로 독을 잠재우려는 소위 이열치열, 이이제이 기법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것은 되려 독을 불러온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인간은 독하디 독한 것들이다.



이 책 『독한 것들』에서 천연색의 독한 것들을 볼 수 있다.




2. 독, 누구의 기준?


책은 종이로 만든 네쇼널지오그래피이며, 동물의 왕국이다. 독한 세상 독가진 동물들을 짬짬히 혹은 목차순과 관계없이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쉬운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독 가진 동물부터 처음 보는 것들까지 제목대로 독한 것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다. 각 동물들의 기본적인 정보도 빠뜨리지 않고 소개한다. 그리고 그 동물이 독을 가진 이유를 진화론적인 가설을 토대로 기술해 간다.

이책의 매력은 동물을 주어로 독을 목적어로 하여 독의 개념을 차근차근 정리한 것에 있다. 인간들 중심으로 독을 해석하는 것은 그냥 가해적인 요소에 치우치기 십상이다. 책은 쉽게 가질 수 있는 독의 편견을 환기시켜 독의 관점을 바꾸어 바라보게 한다(그러나 책은 인간의 소산이기에 독의 정도를 인간의 해됨의 반응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독이 결국 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 승화되는 과학의 유용성을 소개한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고추의 생존을 위한 독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즐긴다. 독한 인간.



3. 독한 공진화


아주 미래에 아주 독립적인 사이보그가 생긴다면 그들은 최소한 자기 존재의 안정을 기할 것이다. 그러다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바라볼 것이고 거기에 인간이라는 객체를 세상에 견주어 판단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답이 나올 것인가. 아마도 역사를 뒤져보고는 이렇게 답을 내지 않을까? '인간은 이 세상에 필요보다 불필요의 존재다.'라고.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것인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연과 그 위의 세상을 인간의 안위로 채워나가고 있다. 

여기 이 책 『독한 것들』에서는 독을 가진 동물들이 인간보다 그들의 생존을 위해 이룬 기나긴 노력임을 보여준다.

독을 써버린 동물들이 그 독을 다시금 충전하는 데 특정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이 그 독을 만드는 데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외부에서 독의 재료를 취한다는 것도 있다. 즉 그들은 독을 가지기 이전에 독에 대한 면역의 숙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자연은 사슬이라 독의 재료도 먹히지 않으려고 그 큰 독을 가지게되고 독을 가져야할 동물은 그 재료보다 결과적으로 더 큰 독을 이겨 더 독한 것들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책에선 '독한 공진화'라고 제목했다.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독을 가진 동물의 독도 있다. 코모도왕도마뱀.




이 책 『독한 것들』은 독을 통해 인간 세상의 이기를 생각케 하는 구석도 있다. 

인간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것이 자연에겐 그야말로 면역하기 힘든 최고의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인간은 자연 속에 있으면서 자연과 공진화를 하지 않고 그 위헤 군림함으로 진화를 조정할려고 하는 것. 


독은 공진화의 산물이며, 인간은 그것을 다시금 자연에서 얻은 산물로 감사히 받아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동물들의 독은 좋은 신약(新藥)으로 재탄생한다고 한다. 이것이 인간이 자연의 독을 인간답게 쓰는 인간식의 공진화를 하는 것이 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