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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한국소설

구운몽 - 김만중 / 민음사

by actor_zoo 2013. 2. 7.



1689년(숙종15년) 남해 유배 기간 동안 씌여진 서포 김만중의 소설은 홍길동전과 춘향전 못지 않게 잘 알려진 소설이며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그리고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 되어 서점에 즐비해있다. 

원래 한글로 씌여졌을 거라고 추정하지만 오늘날엔 한문본과 같이 존재한다. 

구운몽의 스토리텔링은 사실 단순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첫번째로, 그 시대를 반영하는 글의 뉘앙스에 있다.

사실 이것이 매력이 되는 이유는 뭐든지 쉽고 빠르게 잘 읽혀지는 것을 선호하는 오늘날 독자들의 성향에 편중하여 재해석된 책들의 난무(?)일 것이다. 

이에 비해 민음사의 구운몽(송성욱 옮김)은 한글본과 한문본, 두 가지를 재편집하여 현대식으로 풀어 쓴 책보다 다소 어렵지만, 조선시대, 관계에서 일어나는 호칭이나 말투 그리고 관용된 언어들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소설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까지 연상케하는 재미가 있다.


구운몽의 재미는 두번째로, 구성에도 있다. 이야기의 전개는 순차적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으며 꿈중 꿈이 두 번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앞 뒤를 여러번 들추어야 한다. 왜냐면 서포의 글의 전개를 보면 항상 앞의 정황이나 인물의 말들이 여지없이 뒤의 사건과 인물의 관계에 원인이 되는 치밀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복선은 말할 것도 없다.


셋째는 주제가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데 있다(사실 그렇지 않은 문학은 드물지만). 주제는 뻔하다.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 허무이며 공(空)이라는 것을 말한다.

서포는 이를 보이기 위해 불교의 윤회를 바탕으로 신선의 도교 그리고 현실 예의 유교의 관점을 적절히 보인다.

주인공 양소유와 그의 처첩 8명은 천고(千古)에 없는 능력과 부를 누린다. 이는 공상을 뛰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마저도 공이라는 것과 인간의 행복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철저히 보이는 것이다.


물질이 만능이고 편한 것이 행복이며, 명예가 인생의 목표이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소외와 허탈로 불행의 구덩이에 허덕이고 우울하며 자학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정말이지 잘 나가는 서포가 유배되어 남해에서 스스로(사실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를 위로하며 써내려간 구운몽은 지금도 깨어나지 않은 꿈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