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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한국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이성과힘

by actor_zoo 2013. 5. 30.



삼십년에 백만부 돌파의 소설.

뒤늦게 읽은 서정시와 같은 소설.

내가 산 <난장이...>는 146쇄의 2013년도 인쇄된 단행본이다.


1978년 12편의 단편이 한 데 뭉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완본이 되었다.

그 12편은 각기 독립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동시에 이어져 있다.


소설은 시제를 넘나들고 모두 1인칭 시점으로 그 인물이 다르다.

죽은 난장이 아버지는 현재의 난장이 가족들의 삶속에 교차되어 살아나듯 회상된다.

태생적으로 노비의 자식이었던 사람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 시대의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가진 것도 보존하지 못한다.

그런 부류들이 사람처럼 살려고 하면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가고 그 감옥의 문에 부모형제가 머리를 찌어 박는다.


도무지 행복할 가능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도무지 감성적으로 독자에게 피력한다.

그러므로 세상을 살만한 가치로 승화하고자 작가는 한땀한땀 수를 놓듯이 펜을 종이에 댄듯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엇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처럼.


조세희의 필체는 서정시에 가깝다.

시는 우리의 이상을 노래하지만 소설은 적나라한 흉물을 드러낸다.

그러니 조세희의 필체는 서정시에서 멀다.


"나는 도도새다."

지섭이 말했었는데, 윤호는 이렇게 근사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형, 도도새는 어떤 새지?"

"심칠세기말까지 인도양 모리티우스섬에 살았던 새다. 그 새는 날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개가 퇴화했다. 나중엔 날 수가 없게 되어 모조리 잡혀 멸종당했다."


그래서 지섭은 날개짓하여 세상을 포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간극의 담장은 너무도 높고 두텁다. 대립의 획.

이 소설에는 대립의 큰 획이 있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못가진자와 가진자, 폐수와 꽃향, 자동차와 판자배, 푸른색과 하얀색, 우물과 수돗물...


"두 사람에게 이 사회는 괴물덩어리였다. 그것도 무서운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괴물덩어리였다. 동생과 동생의 친구는 저희 스스로를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으로 보았다. 기름은 물에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도 합당한 것은 못 된다. 정말 무서운 것은 두 사람이 인정하는 안 하든 하나의 큰 덩어리에 묻혀 굴러간다는 사실이었다."


이 소설에는 중간자란 없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 좌 아니면 우, 사랑 아니면 증오 그 중앙은 없다. 그 중간을 고수하다간 위의 두 친구처럼 고뇌에 쌓이게 되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변절된 삶을 살아가고 이내 더욱 진한 한 쪽의 인물로 살아간다.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자들은 자신들이 난장이와 같은 부류임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이는 난장이도 마찬가지다. 그가 희망하는 나라는 사랑으로 비를 내리는 곳이다. 가진자들은 사랑이 없기에 그들을 위한 징계의 법률을 제창하길 꿈꾼다. 

사형장의 이슬로 아비 뒤를 따른 난장이의 장남은 가진자들의 징계를 반대하지만, 현실은 그 징계를 더욱 곤고히 한다.

그는 이내 세상을 징계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배우지 않은자는 가지지 않은자는 재수도 없다.


통행금지가 없는 고속도로에서 앉은뱅이는 손으로 곱추는 부실한 다리로 지나가는 차를 구해보지만

고속의 차들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이 정당한 양 그들을 지나친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와중에 개똥벌레의 생존을 보고 형무소의 난장이의 후예의 최후를 마치 옛일처럼 나누며 

앞으로도 변치 않을 끝도 뵈지 않는 고속도로 지평선을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

아마도 그 지평선 끝에는 난장이들이 득실하겠지.

 

소설은 치열할 정도로 세상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치가 떨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넌 뭐야? 난장이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