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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영미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신선해) / 놀

by actor_zoo 2014. 12. 30.


소설은 허름한 차에서 집 없이 생활하는 가정의 한 아이(소녀, 나는 사실 이 책의 중간쯤에서 이 아이가 소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에게 '조지나'라는 이름은 성별을 구별하기 힘들었고, 소설의 글귀에서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음을 고백한다.)의 기록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가출해버렸고 집세를 낼 수 없어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한 가정이 있다. 

어떻게하든 어린 아이들(조지나에겐 같은 학교를 다니는 어린 남동생 '토비'가 있다.)을 이끌고 매번 주차공간을 이동하면서 그날의 안식을 취하고, 변변치 못한 일을 해서라도 생계를 유지할려는 광야의 내몰린 엄마는 정신없이 분주하다. 

아이들은 당연히 세상을 모르니 엄마를 이해할리 없고, 엄마는 아이들이 무엇때문에 힘들어하는지 학교에선 어떤지 알고 싶다손치더라도 경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첫째 딸 '조지나'는 엄마의 노고를 덜어줄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다. 아이는 그 나이 때에 쉽게 보일 수 있는 자존심의 총아이다. 아이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건 말할 나위도 없고 숨기기에 급급한다. 그러다 친하지만 때론 경쟁의 상대인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들키게 되고 그 상황은 새로운 집을 마련해야한다는 일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지로 불타오르게 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나. 우연히 오래된 개를 찾는 전단지를 통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생애 최초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일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 『개를 훔지는 완벽한 방법』이 영화로 국내에서 제작되어 상영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어릴적 스필버그의 ET나 구니스처럼 환상적인 모험이 아니다. 

이 소설은 그 배경이 현실적이다. 자본이 없어면 불편하고 그 불편함이 불행으로 인식되기 쉬운 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이도 그 불편함이 불행으로 다가오는 사회에서 예외가 아니다. 어린 '조지나'도 예외 없이 처해진 문제의 해결은 오직 돈뿐이라는 시대적 체감을 하고 있다. 이내 허무맹랑한 듯하나 현실적인, 개를 훔쳐 다시금 돌려줘 사례금을 받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저자는 아마도 이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독자로 하여금 가볍게 현실 문제를 제기하는 듯 하다. 이즈음 생각을 하니, 이 소설이 국내에서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냥 어린 아이의 무모하지만 맹랑한 좌충우돌로 다루어진다면 이 소설의 맥을 놓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고전적인 방법을 취한다. 마치 고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인물의 등장이다.

익히 동양에서 자주 등장되던 노숙의 현자 '무키 아저씨'가 그러하다. 그는 어린 '조지나'에게서 어른들에게 물든 편견적 사고를 헤집어 놓는다. 


"학교에 안 가면 일도 할 수 없어요."

'누가 그러디?"

"다들 그래요."

"나는 평생 하루도 안 빼고 일했어."

"어디서요."

"모든 곳에서." - 본문 205쪽.


우리의 '조지나'는 사실 자신의 프로젝트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뒤엎을 용기와 결단이 없다. 소설은 "조지나'의 일을 거들 것인지 저지할 것인지 내부적 반전의 사건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외부로투터 변화를 모색해야만 될 과제를 가지고 종결로 향한다. 그러다 언급했듯이 '무키'라는 인물의 촉매로 우리의 '조지나'는 자신의 가슴(머리가 아닌)이 지시하는 것을 따른다. '조지나'는 다행히도 보편적 정의를 따른다.


 『개를 훔지는 완벽한 방법』은 평범한 네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은은하게 이면에 흐르는 작가의 소리가 있다. 마치 온도가 다른 물이 각자의 영역에서 흐르지만 우리 눈에는 같은 물로 보이듯이.

소설은 어린 아이가 원치 않은 상황에서 고안한 문제를 제목으로 취하고 있지만 결코 그것의 성취 여부에 초점을 밎히고 있지 않다. 소설은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얘기하고 있다. 


"저 남자는 이 동네 여기저기서 보이네. 참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야."

(중략) 저 아저씨는 왜 이 동네를 배회하는 걸까? 제발 좀 영원히 떠나버렸음 좋겠다. 

"저 낡아빠진 자전거 한 대만 가지고도 저렇게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되니?"

팻시 아줌마는 아저씨 곁을 지나칠 때 차창 밖으로 손을 뻗어 흔들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 본문 216~217쪽.


작가는 "돈이 없으면 불편하다. 불편은 불행한 것이 아니다. 행복은 불편하다고 변하는 그런 것이 아니란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의 내용은 그다지 흥미롭거나 30초마다 키득거리게 만든다는 광고문구처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던지는 가벼운 내용 아래에 숨어있는 무거운 통찰이 매력있다. 추운 연말에 참으로 알맞는 소설이다.



아참, '조지나'가 섰던 보라색 표지의 "개를 완벽하게 훔치는 방법"이라는 제목이 달린 노트를 기억하는가. 그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