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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한국소설

연인 심청 / 방민호 - 다산책방

by actor_zoo 2015. 2. 11.




세상에 사랑 만큼 재미난 소재도 없다. 아니 사랑이 빠지면 사람 얘기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거나 그 깊이 만큼 아픔을 준다. 

사랑은 그냥 사람과 사람간의 행위나 감정의 상태가 아니다. 사랑은 각자의 배경을 가지고 그것을 이어나가는 과정의 굴곡이다.

여기 『연인 심청』에는 거기에 더해 사람 존재의 물음이 더해진다.


소설 『연인 심첨』을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구체적으로 읽어 본 사람이 적은 <심청전>을 현대인들에 눈높이에 마추어 재미있게 구성한 소설이다.

소설은 현재 시점과 과거, 고려 시대로의 통로를 오가는 작가의 전지적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옛날 얘기를 듣는 듯 글들이 우리의 눈을 잡아 놓지 않을 정도로 쉽고 재미나게 읽어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심청전>의 내용을 더욱 확장해 놓은 듯하여 더욱 그 구체적인 부분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심학규가 심봉사로 불리는, 딸을 사랑하는 몰락한 양반이며 불운한 맹인이라는 대명사적 인간이 아니다.

전생에 옥황상제의 관원이었으며, 현세에서는 현실적 인간의 모습을 고스라니 가진 구체적 인간이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앞 못보는 운명이 그를 말초적 욕망과 허황된 꿈을 꾸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속에서 자기의 참 모습을 잃어버린다. 

작가는 심학규를 심청이의 아버지 이전에 물질의 풍요를 욕망하고 그것을 충족함이 행복이라고 생각하여 하루하루 분주히 움직이는 현대인의 대리자로 내세운 듯하다. 눈먼 사람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 볼 수 없는 자를 뜻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심청은 효성이 지극하다. 무엇이 그녀에게 효가 충만하게 하였으며,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비의 눈을 뜨게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은 그 내력을 보여준다.

자기를 낳고 죽은 어미, 자기가 원치 않은 맹인 아비, 그로 인한 빠른 철듦과 가난의 나날들....

그녀는 심봉사의 공양미 얘기에 무지몽매한 맹신적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다. 

자기의 목숨으로 우선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끊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버지가 누렸으면 하는 효심이 있었던 것이지만 가난이 그녀를 인당수로 보낸 제일의 이유였음을 소설은 내비친다. 그리고 부처님의 자비는 되면 좋은 것이고...


그리고, 또 하나의 인물, 윤상이.

그는 양반댁 아비와 몸종 어미 사이의 서출이다. 그에게 이 세상은 그냥 숨쉬는 공간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그와 청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아버지라는 존재다. 

하나는 아비가 앞을 못보니 자기가 아비의 생명인 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비가 있지만 아비라 부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그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한다.

 


그들은 이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 세상을 떠나면 다음 세상은 더 나은지 허망하게 하늘에 맘으로 하소연한다.

그러다 청이 인당수 제물로 팔려가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은 더욱 미래세를 기약하게 된다.


심학규와 심청과 윤상이.

이 셋은 전생과 이생과 미래세의 사랑이다.

이 소설은 이렇듯 사랑으로 사람을 얽어매 독자를 꼼짝 못하게 한다. 


스마트폰이 기능을 더해가고 모르는 지식은 어디서든 쉽게 취할 수 있는 요즘, 용왕이며 옥황상제며 기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기적같은 일들과 전생에 관한 것이 옛날예적에....로 시작되는 얘기에서는 가능하다지만, 이 소설 『연인 심첨』은 전혀 허황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오히려 보이는 것을 욕망하는 심학규 같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정한 눈을 가지고 보길 바라는 듯하다.



소설을 다 읽고 덮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이들은 이 소설을 읽고 그 내용을 얘기로 전해 주면 어떨까.

그러면서 그들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것도 누구나 다 알 법한 심청전으로 말이다.


더하여, 이 소설을 읽고 좋은 서평을 쓰면 상금도 있다고 하니 출판사를 통해 알아보고 재미와 상금도 노려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