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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자기계발/교육

한국의 전통과자 - 김규흔 / MiD

by actor_zoo 2015. 2. 22.


 

1. 고개 내민 한과.

우리네 기억 속에 자리잡은 알록달록 쌓아올린 한과 같은 책이(정말이지 컬러풀한 한과 자신으로 가득한) 설을 맞이하여 책상머리에 올려졌다.

한과, 그 음절부터 오랜 세월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한과는 마트나 가까운 가게에서 쉽게 사먹는 과자나 달콤한 빵들에 비하면 이미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여러해 동안 웰빙이 온동네를 전파로 돌 때도 한과는 그 누구의 눈길에도 들지 않았었다. 명절이나 어르신들의 주전부리 정도로만 인식되거나 그나마 돈 있는 누구의 흔하지 않은 취향의 고급스런 골동품 취급을 받았고 지금도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환경에도 한과를 놓치 않고 이를 위해 인생을 통자로, 아니 한과가 인생이 되어버린 이가 있어 이렇게 책으로 뒷방에서 앞방으로 고개를 쳐들고 우리에게 그 낯을 들밀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한국의 전통과자』이다.


한과의 역사, 종류 그리고 재료와 레시피에 이르기까지 한과에 관한 대부분의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2. 천연재료, 입 안의 자연, 한과.

과실을 말린 것에서 시작된 과자가 과실 수보다 더 많아진 오늘날, 안타깝게도 과자는 그 수를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각종 방부제와 화학식품 첨가제  등이 바로 그 다양함을 받치고 있는 모래 위 주춧돌이다. 

한과명인 김규흔은 한과의 으뜸에 자연에서 고스라니 우리네 입으로 들어와 우리의 입을 즐겁게하고 나아가 건강케하는 천연의 재료에 두고 있다.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곡물과 과실 그리고 각종 채소부터 먼 곳에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까지 그것들에 정성이 가미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한과에게는 필요치 않다. 

책은 그 재료들의 설명과 사진으로 가득하다. 거기다 그 재료들이 한과에 쓰이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 지를 김규흔 명인은 친절히 책에서 밝히고 있다.



3. 11월 11일 뻬뻬로데이, 일년 내내 한과데이.

특히나 옛사람들은 누구나 흔하게 먹을 수는 없었지만  일년 내내 한과를 만들고 그것을 먹고 즐겼으며 나아가 한과를 일개 과자로만 여기지 않고 건강과 복 그리고 자연에 대한 감사와 어른에 대한 공경의 매개로 삼았다.

책에서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온 부분이 바로 우리 옛어른들의 한과 먹는 풍습이었다.

음력 1월 1일 정월초하루에 유과류, 엿강정, 약과, 다식, 숙실과와 정월대보름 부름과 함께 먹는 산자와 엿강정.

음력 2월 초하루 중화절에 콩엿,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 녹두녹말로 만든 과편, 음력 5월 5일 단오에 쑥절편과 녹두녹말과 꿀을 넣어 굳힌 과편, 음력 6월 15일 유두에 햇보리와 햇밀로 만든 전병, 음력 7월 7일 칠석에 쌀가루 증편과 백설기, 음력 8월 15일 한가위에 숙실과, 정과, 햇곡식으로 만든 다식과 엿강정,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국화전, 음력 10월 상달에 유과와 엿, 음력 11월 동지에 팥죽과 더불어 전약, 마지막 12월 섣달에는 엿강정, 유과, 약과, 다식, 엿 등을 먹었다고 이 책 『한국의 전통과자』에서 전하고 있다.


4. 김규흔, 온고지신(溫故知新), 한과.

책은 한과를 다루는 사이사이에 저자 김규흔 명인의 자서적 얘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가 어떻게 한과의 길에 들어섰으며 어떻게 오늘날 이렇게 한과명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기록되어있다. 한과에 대한 기록 못지 않게 그의 개인사도 흥미가 있다. 특히 그가 독립하여 처음 개업한 때의 부분이 그러했는데 아쉽게도 이 책은 많은 부분 한과에 치중되어 있다. 그도 그럴것이 그에게 있어 인생이 바로 한과이니 책 촛점이 한과에 많은 부분 할애된 것이 이해가 된다.

책은 일반 교양서적들처럼 한과에 대한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집에서도 만들어 즐길 수 있게 다양한 한과 레시피를 제공한다.

그 레시피 이전에 저자는 거리감 있는 재료와 도구들에 간극을 좁히고자하는 노력도 책에 담아냈다.

오래된 도구들을 접함에 있어서는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역사와 사용법을 숙지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과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현대적인 도구들에 있어서는 실용성과 편리함을 느껴 보다 한과 만들기에 친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본문 187쪽.



저자 김규흔 명인은 한과의 재료와 그 맛 그리고 그를 통한 좋은 먹거리와 더불어 우리의 좋은 전통에 대한 일용을 바라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거나 한과가 그 어느 과자보다 일방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에는 매 장의 끝부분마다 다른 나라의 과자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한과의 전통이라는 무게를 털어버리고 가까이 두고 애용하길 바란다. 그러기에 현대적인 도구를 접목하기도 하고 과거에는 없었던 재료들을 이용한 새로운 한과를 만들기에 스스럼 없다. 그야 말로 장인정신, 온고지신의 정신이다.


5. 과자 다시 본연을 향하여.

무게를 늘리기 위해 질소 가스를 많이 넣은 과자, 초코렛에 카카오가 들어있지 않는 과자, 유통기한이 지난지 오래되어도 곰팡이는 커녕 종전 차이가 없는 과자....

그러다보니 동네 건너 동네마다 값싸고 비교적 재료가 좋다는 수입과자점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집집마다 우리 아이에겐 좋은 과자를 먹이기 위해 직접 만들겠다고 분주하지만, 마트에서 사오는 재료들은 이미 정제되었거나 화학처리된 것들이 많다. 이젠 과자는 그냥 건강과 거리가 있는 주전부리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과자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끔하는 좋은 책이 바로 이 책, 『한국의 전통과자』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