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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과학건강

짝짓기 - 김시준, 김현우, 박재용 외 / MiD

by actor_zoo 2015. 8. 31.


생태계를 다룬 책들을 읽다보면 여지없이 편협한 인간중심의 일상적 견해를 발견하게 된다. 자연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있지만 생활에 녹아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책이나 영상을 통해 전문가들의 관찰이나 연구 성과물들을 간접적으로 접하면 인간보다 더 지구와 친숙한 동물들의 세상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이책 『짝짓기』는 이 편협한 인간의 견해의 반성과 더불어, 각도를 틀어,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 진화의 산물임을 성(sex)을 통해 일깨워준다. 



성의 기원, 생존의 유리함을 위한 시작. 


책은 성이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성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발생되었는지에 대한 성의 기원을 서두에 두고 있다. 여기서부터 독자들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은 번식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강한 이의에 마주치게 된다. 책은 소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진화론의 잣대 안에서 생물들의 성에 관해 여러 견해들을 피력하고 있다. 여느 것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성의 시작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의 과정에서 발생하여 유리한 방법으로 생존하기 위한 무성과 유성 그리고 처녀생식의 성션택과 그로 말미암아 번식이라는 것과 이를 유지하기위한 사회적 형태와 신뢰의 관계 그리고 유희 등으로 진화한다고 책은 말한다. 즉 '성은 목적이 없이 시작 되었다'는 것이 책의 시작이다. 그리고 나아가 지금 생물의 성은 그 과정의 선상에 있는 것이다.


성은 번식과 무관하다



인간보다 다양한 성선택과 자기 유전자 보존. 


이 책 『짝짓기』에서 독자의 시선을 당기는 부분은 무엇보다 인간 외 동, 식물의 성선택과 번식이다. 그리고 이는 여지없이 마지막에 소개하는 인간의 성으로 이어져 성의 본연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이미 성의 기원에서 밝혔듯이, 성은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유전으로의 발전으로 진화한다. 이는 어느 생물에도 예외가 없다. 식물도 자화수분을 꺼린다는 사실과 옛 근친혼에서 일어났던 나쁜 결과(혈우병 같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보다 더 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동식물의 성선택과 자기 유전자를 남기려는 본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유럽풍선파리의 먹이공세(암놈에게 먹이를 주고 이를 먹는 동안 교미를 함), 나비의 무지막지하게 큰 정포(정자주머니)의 삽입, 아이다호 얼룩다람쥐 수놈의 젤라틴 정조대 채우기, 벌과 개, 심지어는 거대한 코모도왕도마뱀의 처녀생식, 진딧물의 계획적인 자손에 대한 성선택 등등. 



동물에게도 있는 성적 억압과 성전환, 동성애 그리고 생활 형태와 관계


진화는 어느 한 부분만의 영역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얽히고 설킨 그물 같이 연계되어 있다. 성은 그 그물의 시줄과 날줄의 한 부분이다. 동식물들은 현재 우리가 알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 그중에 성에 관련된 부분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은 모두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한 방식들이다. 많은 동물들이 동성애를 하며 성적 억압과 성전환을 한다. 이 중에는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들은 그들의 생활 형태에 필요한 것들로 귀결될 것이라는 추측을 책은 펼친다.


다양한 사진, 다양한 동식물의 성에 관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결국엔 인간의 성 - 성 정체성의 편견을 넘어.


책은 마지막으로 치닫아 인간의 성으로 귀결한다. 영장류와의 비교와 앞에서 다루었던 많은 동식물의 예시들이 인간에게로 집중된다. 이로써 인간은 동식물과 진화에 있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만년의 문명보다 299만년의 진화의 산물인 인간의 성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 책 『쩍짓기』의 한계가 이곳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많은 동식물들의 사례들은 모두 관찰의 결과이며 오랜 연구의 성과인데 반해 책이 서술하고 있는 인간의 성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저자들도 확신할 수 없는 추측들이 많이 드러난다. 하지만 책은 그 실망에 성의 고전적 편견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므로 희망적인 결론으로 나아간다. 마치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듯이.

 

결국엔 인간의 성으로의 귀결. 하지만 앞선 내용들에 비해 다소 빈약한 게 아쉽다.



이책 『짝짓기』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전문적인 성에 관한 책을 원한다면 주소가 틀렸다. 하지만 가벼운 책은 결코 아니다. 책은 그 크기와 무게에 비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을 독자가 스스로 찾아낸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그것이 책의 매력이지만. 그렇다. 이책 『짝짓기』도 책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책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