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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과학건강

생명 그 자체: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 - 프랜시스 크릭(김명남) / 김영사

by actor_zoo 2015. 10. 11.




*이 서평은 이 책 『생명 그 자체』를 통하여 알게된 것들을 바탕으로 다시금 주관적 시각으로 씌여졌다. 그러니 객관적인 책의 소개와 주관적인 책의 견해가 뒤섞여있음을 미리 밝힌다.

*책을 통해 알게된 것에는 페이지를 표기하였다. 이는 그만큼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기자(記者)의 의도이다. 


최근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 보내온 자료에서 화성 지표 아래 50 지점까지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물이 생명 기원의 합당한 매개임을 기정 사실로 하고 또다른 생명체의 존재 가능의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넓디넓은 우주에 수없이 많은 (모항성을 가지고 자공전을 하는 행성(p.143)) 중에 혹여나 우리네 지구와 흡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생명체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공상과학에 빠진 이들이나 어린아이들의 허무맹랑한 꿈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또다른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시선을 끌어 정치적 이권을 취하려는 꼼수도 아니다. 


외계의 생명의 존재는 바로 지구의 생명기원과 연결되어 있다. 물론 외계생명체가 우리네 고등생물의 생화학적 메카니즘(pp.69-87) 달리한다고 하여도 말이다. 이는 우주의 탄생의 기원을 차치하고서라도 환경에 의한 자연발생적인 진화(자연선택(p.75)) 대한 근거가 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반대의 근거가 것이다. 


누구나 생명의 기원을 말할 있으나 아무도 생명의 기원을 증명할 없다. 하나의 가설에 따르는 다양한 논거가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근거들을 객관화하기에 전전긍긍한다. 호기심의 딜레마일까 아니면 과학이라는 현시대를 조망하고자하는 문화의 해석적 기능에 충실한 것일까? 저자, 크릭 또한 생명의 기원을 주제로 하는 논문의 허망함을 토하지만(pp.222-223) 지속적으로 논문을 집필하고 그가 주장한 정향 범종설을 피력한다. 바탕에는 문화와 종교적 선입견을 견제하고 순수히 증명의 범위 안에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머지 한계는 미래로 넘기는 과학자 본연의 자세를 취하는 것에 있다. 이책 『생명 그 자체』가 바로 그러한 과학자의 분투 위에서 탄생된 책이다.


책은 비교적 서두르지 않으며 친절하게 저자의 주장(정향 범종설)을 향해 나아간다. 그 첫 순서로 우주라는 시공간을 두리뭉실하게 넓다라고만 바라보는 시선을 현실의 시공간의 개념에 빗대어 설명해준다.


태양이 오렌지만 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9미터 거리에서 궤도를 도는 모래알이다. 지구보다 11배 더 큰 목성은 태양으로부터 60미터 거리에서, 즉 도시의 한 블록 거리만큼 떨어져서 공전하는 체리씨다. 은하는 오렌지 1,000억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오렌지와 이웃 오렌지의 평균 거리는 1,600킬로미터다”(p.31 재스트로와 톰프슨을 재인용)


“지구나이를 일주일에 빗대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규모에서는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2주나 3주쯤 된다. 육안으로 보이는 화석 중에서 제일 오래된 것은 캄브리아기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단 하루를 산 셈이 된다. 현대 인류는 마지막 10초에 등장했고, 농업은 마지막 1초나 2초에 등장했다. 오디세우스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0.5초 전에 살았던 셈이다.”(p.29)


우주의 탄생, 지구의 형성 그리고 지구의 생명의 탄생은 우리가 체감할 수 없을 만큼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을 저자는 설명하고자 하여 위와 같은 비유를 든다. 고등생물이 오늘날 문명을 형성하기까지의 시간은 우주의 시간으로는 최근의 일임을 명시한다. 45억년이라는 지구에게 주어졌던 시간에서 거의 대부분은 생명체로의 형성 발판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생명이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모든 생명이 최초 단일한 생명체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기에 현재의 생명체에 담긴 공통점을 밝힌다. 바로 생화학적 공통점이다. 모든 생명(식물, 동물, 미생물, 바이러스)들은 20개의 아미노산으로 단백질 고분자를 형성하고, 핵산(DNA, RNA(저자는 DNA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의 유전부호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찾아낸다. 그렇다면 생명의 초기 기원은 윈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의 진화로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세포의 시작이 어덯게 이루어졌단 말인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으로만 되는 것일까?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의 실험을 예시하며 최초 생명체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른바 ‘엷은 갈색 수프’를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나도 우연이며 이 우연은 참으로 드문 일임을 화학과 천문학의 관점으로 논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의 형성 단계에서 우리 지구보다 앞서 지구만큼의 고등생물의 진화를 겪은 다른 행성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 행성에서 생명체를 보낼 수 있는 먼거리(저자는 오늘날 천문학을 기초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한 행성의 거리 범위를 100광년 내에 하나 정도로 본다(p.195))의 다른 행성을 모색했다면 무엇을 어떻게 보냈을까라는 가능성에 천착한다. 그 결과 먼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우주선 제작의 가능성과 그에 합당한 생명체를 추론해낸다. 그것이 바로 ‘세균’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고등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공간으로의 생명을 이어가는 데 있어 고등생명체 자체의 이전이 아니라 세균을 보내 그들처럼 다시금 새로운 생명의 기원을 만들려고 했다는 가설이 성립되는 것이다. 


저자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가설이라는 주위의 평가에 미래를 바라보고 가정한 이론이 아님을 강조한다. 책을 보면 실제 저자의 정향 범종설은 현재의 과학적 입장에서 추론된 가설임을 있다. 그는 되려 보수적인 입장에 있음을 있다. 


이책 『생명 그 자체: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은 묘한 과학도서다. 생명체의 공통점을 화학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는 신선함과 우주의 시공간, 행성과 대기의 특징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자칫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외계의 생명개입이라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내용으로의 귀결에 납득이 되고 마는 그런 묘함이 있다. 

정향 범종설에 전복되던 그렇지 않든 간에 이책 『생명 그 자체: 40억년 전 어느 날의 우연』은 생명의 기원과 과학이라는 두 명제에 시선을 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