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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과 철학하기 - 김광식 / 김영사 철학도 없고, 김광석도 없다. 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갈 때 대부분의 플레쉬맨들은 서점을 들려 "서양철학"이라는 개론 서적을 구입했다. 아니면 여느 집마다 대학생이 있다면 그집 책장엔 여지없이 그 책이 꽂혀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책을 보는 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기에 헌책방에서 많이 보였던 책 또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당시에는 대학이라하면 상아탑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거기에 걸맞게 철학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보았다. 아니 몰라도 좋으니 관련된 책은 가방이나 옆구리에 끼어줘야 소위 큰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졌더랬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대학은 더이상 시세를 떠난 상아탑이 무너진지 오래다. 어느 학교는 철학과가 폐과되었고, 이젠 극장이나 쇼핑몰, 도서.. 2016. 1. 31.
눈가리고 책읽는당 2기 - 단서: 구두, 10 그리고 내성적인 / 창비 사람은 누구나 연기를 한다. 행동뿐아니라 목소리도 여러 개 가지고 다닌다(어떤 이는 사투리를 여러 가지로 구사한다). 누구는 그것이 본능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모방이나 유희적인 것이 이에 속한다. 또 누구는 종교적인 것이라고도 한다. 하기야 요즘 돌아가는 종교판을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구는 지배하고픈 우위의 본성 때문이라고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행하는 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렇담 왜 사람들은 연기를 할까? 그건 아마도 연기를 하는 매 순간, 너무나도 성취하고픈 욕망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연기는 마음과 신체가 혼연이 되어야 한다. 신체가 그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2016. 1. 22.
프루프 술의 과학 - 아담 로저스(강석기) / MiD 1. 주당(酒黨)의 탄생 술을 처음 입에 댄 것은 중학교를 다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직접 담은 술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왜 우리네 어머니들은 술을 그리도 경쟁적으로 담으셨는지) 호기심으로 먹었던 술은 혹독한 뒷 끝을 남겼다. 처음 먹었던 술은 온전한 간기능 때문인지 술통 반 정도를 먹어치운 다음에야 반응이 왔다. 방안의 천정이 춤을 추었고 벽이 일렁거렸다. 기분이 좋았다기보다는 내 의지에 반하는 몸뚱이가 되려 어색해서 당시에는 이걸 왜 먹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댄 술은 과거 단 한 번의 기억을 불러 일으켰고, 먹고나서 후회하고, 또 먹고나면 다신 안 먹으리라 다짐하는 것이 다반사인 경험 위에 또 경험을 더하여 오늘날 술 없는 세.. 2016. 1. 5.
나를, 의심한다 - 강세형 / 김영사 이 책 『나를, 의심한다』를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읽어 완독을 하였다. 책을 펼칠 때마다 시끄럽고 부쩍대는 지하철이 완행열차가 되고, 마을버스가 하루 두 번만 운행하는 외딴 시골의 조그마한 버스가 되어 비포장 위를 달린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나만의, 나에게로 초점을 맞추는 여행이 된다. 짧은 얘깃거리들로 엮어진 책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 삶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직업과 동료, 과거의 인연들 그리고 상상의 나래들. 작가의 고민과 삶의 태도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래서 오롯이 독자의 그것으로 환치되어 다가온다. 일기와도 같지만 허구임이 의심되는 독특한 얘기에서는 더 깊은 내막을 듣고 싶은 아쉬움이 책을 덮고 나름의 소설을 머리 속에 써보게 한다. 동료나 타인들.. 2015.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