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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초상 - 헨리 제임스 / 창비 "관찰, 사람을 관찰하는 것, 이것이 탁월하다는 것은 사람을 자기입장에서 십수차례 곱씹었다는 것을 뜻한다. 관찰은 모두 자기입장에서 시작되고, 보다 면밀한 관찰은 오히려 객관성을 떠나 자기정서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 인상 깊은 서문 우선, 헨리 제임스의 작품을 첫 대면함을 고백한다.여느 20세기초반의 사실주의 작가처럼 사람의 군상을 원고에 늘어뜨려 놓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첫장을 열었다.그런데, 만만치가 않다. 우선 특히하게 독자를 맞는 것은 바로 여느 소설에서 볼 수 없는 다소 긴 서문이다. 이 서문에서 받은 인상은 비단 그 길이에 있지 않다. 작가가 소설을 바라보는 문학의 가치, 곧 그의 철학이 작은 논문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소설은 작가가 소중히 그 소재를 선별하여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 2014. 5. 10.
유령 - 헨릭 입센 / 범우사 헨릭 입센 우린 보통 입센의 작품으로 을 꼽는다. 그러다 을 보면 은 표면적인 가부장제의 도전이지만(물론, 인형의 집을 대표로 뽑는 이유는 이외에 많지만, 내용에 입각하여), 이는 내부적인 가부장제의 도전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적 욕구, 즉 색(色)과 계(戒)의 경계에서 왜곡된 자기 기만을 보인다. 즉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지위 이면을 작가는 적날하게 종교를 대변하는 목사의 입을 통해 도발한다. 오스왈드 :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만데르스 : 응, 그거야 내가 말하는 것은. 오스왈드 : 하지만 집은 가질 수 있어요, 가지려고만 하며 말예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깔끔하고 기분 좋은 집이에요. 만데르스 : 아니, 내가 말하는 것은 독신자 세대(世.. 2013. 6. 27.
느릅나무 아래 욕망 - 유진 오닐 / 열린책들 "애비 (그의 뒤에 대고 격렬하게 소리친다) 당신한테 증명해 보일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증명할게…. (에벤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문 안으로 들어간다. 애비는 제자리에 그대로 선 채 그가 들어간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는 절망적으로 하던 말을 마친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한다는 걸!" 느릅나무 아래 돌집에서 이루어지는 한 가족 구성원의 욕망은 개인의 이기적 소유에서 비롯된다. 75세에, 나무가지에 매달려 익어가는 몸에도 불구, 나아가 죽을 때 함께 농장을 가져갈 양인 캐벗. 아버지(캐벗)의 세 번째 욕망으로 데려오는 젊은 아내를 보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기로 하고 서부로 떠나는 (애번에게 있어)배다른 두 형 또한 그들의 소유에 집착한다. 아버지의 세 번째 아내, 애비 또한 자.. 2013. 6. 25.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열린책들 이 책을 읽는데 정확히 2주가 걸렸다. 읽기 힘들거나 맘에 들지 않거나 공감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반대, 2주 동안 크레타를 다녀왔으며, 신나게 라키와 럼을 마셨으며, 광산에서 광맥을 찾았으며, 여자를 사랑했고, 끔찍한 살인도 목격했으며, 내 존재의 심연에 영혼을 만났으며, 하나님과 악마를 보았고, 갈매기와 바다와 나를 동일시하였고, 그리고 알렉시스 조르바를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그러한데 어찌, 이 책을 빨리 볼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하릴없다. 뒤에 알게 되었지만 카잔차키스도 조르바를 회상하며 2주만에 책을 완성하였다 한다. 카잔차키스의 위대함은 독자를 붙들어 메는데 있다. 여느 독자건 그들의 심연을 생각케하는 마법을 부린다. 서양의 기독교에서부터 동양의 붓다까지 그에겐 모든 것이.. 2013. 6. 15.